우리집 세째딸 소명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엊그제 태어난것 같은데 벌써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한다는 사실이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이제는 아빠에게 재롱을 떨 나이에 속한 자녀가 없다는 사실이 내심 섭섭하기도 하다. 졸업식을 마치고 졸업 기념으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서 시내에 나갔다. 원래 우리가 계획했던 곳이 너무 복잡해서 이곳 저곳 찾아 다니다가 아이들이 좋아할 시내의 한 식당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음식은 내 입맛하고는 별로 맞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맛있게 식사를 하고 화장실에 가기 위하여 일어났다. 아 그런데 내 눈에는 화장실이라고 쓰여진 곳이 없는게 아닌가? 그래서 자세히 살펴 보니까 화장실이라는 말은 없고 한편에 영어로 Rest Room이라고 쓰여진 팻말이 있었다. 그리고 그 화장실 입구에는 남자 여자란 말 대신에 영어로 Gentlement와 Lady라고 적혀져 있었다. 순간 어린 초등학생들은 과연 이것을 쉽게 알아 볼 수 있을까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곳 식당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한국사람인데 꼭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라고 한다면 한글로 화장실이라고 쓰고 그 밑에 영어로 표기를 하였다면 뭐라고 하겠는가? 조금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 어린 학생은 혼자서 화장실을 가지 못하고 찾다가 없어서 엄마나 종업원의 안내를 받은 이후에 화장실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여겨졌다.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 자신을 위시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감각해져서 누군가는 불편을 느끼고 있음에도 무시하고 오히려 그것을 말하면 더 무식한 사람인것처럼 되어 버릴까봐 말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 혹시 나는 교회속에서 이러한 실수를 하고 있지는 않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만약 교회가 복음전파를 위한다고 하면서도 그곳을 찾아가는 것이 너무 어렵게 만들어져 있어서 한참을 고민하여야 하거나 유식해야만 찾아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면 이것은 복음으로 나가는 길을 어렵게 만드는 실수가 될 것이다. 분명 그 속에 들어가면 복음을 알고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 입구의 문턱이 높아서 또는 어려워서 복음대상자들이 잘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어져 있다면 나 자신부터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그 영혼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다국어 팻말로 바꾸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겠다고 다짐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