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나는 은퇴한 목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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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성철목사 댓글 0건 조회 5,718회 작성일 10-03-14 22:26본문
17년전 나는 진짜 은퇴한 목사를 본적이 있다. 그분은 교세가 500여명되는 교회에서 20년간을 섬긴 목사이다. 그분은 자신이 떠나는 자리에 후임을 결정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어떠한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억지로 자신이 은퇴하는 자리에 자신이 원하는 후임을 두려고도 하지 않았다. 장로들이 애를 썼지만 후임목회자를 구하지를 못하고 은퇴를 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사정으로 은퇴목회자의 사택도 구하지 못하여 그동안 지내던 사택에 한동안 지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은퇴식을 했다는 것 이외에 그에게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또 성도들은 그 목사님을 참 존경하였기에 당회에서 후임을 구할 때까지 은퇴한 목사님이 교회에서 설교를 하도록 하자고 결정하고 그 목사님께 한동안 교회에서 설교해 주실 것을 권하였다.
참으로 잘된 일이지 않은가? 내가 억지로 그렇게 하려고 한것도 아니고 또 교회가 그 목회자를 존경하고 있고 현재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후임목회자가 올 때까지 설교를 해 달라고 하니 어느 모로 보나 그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나는 진짜 은퇴한 목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를 보았다. 그 목사님은 찾아온 장로님들에게 아주 정중하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장로님들 저는 지난 주일로 은퇴한 목사입니다. 저는 없다고 생각하시고 교수님이나 다른 목사님을 불러서 설교하시도록 하십시오. 저는 은퇴한 목사입니다. 은퇴한 목사가 설교해야 할 시간에만 제가 설교하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간곡한 부탁을 뒤로하고 설교를 하지 않는 것을 보았다.
그 이후에 교회는 빠르게 후임을 결정하고 은퇴목사님 이후에 나아갈 길을 찾아가는 것을 보았다. 만약 이 은퇴목사님이 그 이후 몇개월이고 설교를 하시게 되었다면 분명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이후도 어떠한 교회의 일에 있어서도 일체 자신이 영향력을 끼치지 않으려고 그 교회에 출석하는 것조차 일절 하지 않고 집가까운 자신이 평생 몸담은 교단과 다른 교단 교회에 나가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아름다운 은퇴가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서 하나님께서는 그 목사님에게 참으로 놀라운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한 고아원 교회에서 설교자로 이 목사님을 요청하였고 그후 무려 11년동안 매주일 오전 오후 그리고 수요일 저녁까지 말씀만 섬기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도록 해 주신 것이다. 옆에서 그 목사님의 삶과 그를 향하신 하나님의 역사를 보면서 하나님께서 진정으로 겸손한 자를 얼마나 높여 사용하시고 명예롭게 하시는 지를 보았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만큼 무서운 교만이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이것만큼 하나님을 불신하고 하나님의 능력을 제한하는 죄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칭찬 받고 인정 받으면서도 자신의 은퇴가 되어서 그 자리를 깨끗하게 물러설 수 있는 그 사람이 바로 성화된 그리스도인이며 또한 진정한 영성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나에게 남겨진 시간이 있지만 나 또한 멋진 은퇴목사가 되어야 겠다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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