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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사랑방으로 가기

지면으로만 인사드려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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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미나 작성일05-05-20 10:45 조회5,442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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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신부산교회 조정희목사 아내 전미나입니다.
인터넷으로만 자꾸 연락드리고 만나뵙지 못해서 너무 죄송해요.
저희가 한국에 온지 이제 1년 되었는데, 그 사이에 교회 적응, 부산 적응하며 입양까지 하니까 좀 분주하네요. 거기다 남편이 무리해서인지 수술을 하게 되어서 지난번 모임에 못 가고 5월 5일 야유회를 기다렸는데, 친정어머니께서 또 수술하셔서 또 못 가고 그랬네요.
용원이 입양한지 이제 3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저희 가정은 정말 더 행복해졌어요. 그래서 더 빨리 만나뵙고 교제하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목사님 메일로 잘 연결이 안 되는 것 같아서 사랑방으로 들어왔어요.
그리고 대한민국이 요즘 이야기 읽으면서 은혜 많이 받았어요. 저도 용원이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써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희 교회 담임목사 칼럼에 남편이 쓴 글을 소개할까 해요. 그리고 저희 부부가 얼마전 극동방송 행복한 데이트에 출연했는데, 거기서 입양 이야기를 했어요. 저희 교회 홈페이지 www.shinbusan.org 에 오시면 동영상모음에서 들으실 수 있는데... 바쁘시겠지만... 저희 홈페이지 한번 방문해 주세요.
남편 몸이 좀 괜찮아지면 한번 연락드리고 찾아뵐께요.
사모님도 너무나 뵙고 싶어요. 도움 받을 것도 많을 것 같아요. 그럼...
행복한 소식 자주 주고받을 날을 기다려 봅니다. 평안하세요.


<우리 가족 입양이야기>
  2004년 12월 29일 온 가족이 사회복지회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남자 아이 입양 신청을 하고 돌아오면서 입양에 대해 처음 마음을 품었던 97년도의 일들을 떠올렸다.

  미국 미시간주에 살 때, 건물관리 하시던 아저씨의 딸, 학교의 직원들, 교수들의 책상에 놓여있던 한국 아이들의 모습들이 머리 속에 스쳐지나갔다. 입양한 한국 아이를 데리고 한국 유학생을 도와주던 미국 교회 성도의 모습도 떠올랐다. 한국 아이들을 입양하여 잘 돌봐 주는 그들이 고맙기도 하고, 얼굴을 들고 그들을 쳐다보기가 힘들 정도로 미안하기도 했었다. 얼굴색이 다르면서도 그 아이들을 사랑으로 양육하는 그들이 너무 대단해 보였다. 어느 미국 교회 성도가 한국 아이와 다른 아시아계 아이를 입양했다고 해서 아이가 모두 몇이며, 한국 아이가 몇째 아이냐고 물었었다. 그랬더니 그 성도는 “아이는 모두 다섯인데, 누가 입양되어 온 아이인지 잊어버렸어요. 모두 사랑스러운 제 아이들이며 하나님의 자녀지요”라고 대답하면서 행복해 했다. 어리석은 질문을 한 것 같아 부끄럽기만 했었다.

  한국 아이들을 입양해 키우는 분들에게 빚진 마음만 품고 있던 중, 97년 여름 방학 때 시내의 어린이 박물관에서 세계 각국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하루를 한국의 날로 정해 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그 곳을 찾았었다. 한국 사람이 많지 않은 미시간의 작은 도시여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었다. 누가 준비해서 이 일을 할까? 얼마나 잘 준비해서 미국인들에게 보여줄까?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갔었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장구, 북, 꽹과리 소리가 건물을 뒤흔들고 있었다. 많은 미국인들이 둘러서서 20여명의 한국 청소년들이 펼치는 공연을 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는 우리 온유와 용우에게 한국의 농악놀이, 부채춤들을 보여주면서 자랑스러운 한국의 문화를 알려주려고 열심히 설명해주고 있었다. 사진 찍는 미국인들을 보면서 더욱 나의 자긍심은 커졌다. 그런데, 공연이 마치자, 그 공연을 펼친 한국아이들이 일제히 사진 찍던 미국 아줌마들의 품에 안기며 "Mom" 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충격이었다. 모두 입양된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한국 아이들을 입양한 엄마들이 모여서 한국 문화를 가르쳐주기 위해 한국 무용선생님을 모셔서 가르쳤다는 것이다. 정말 부끄러워서 그 곳에 머무를 수가 없었다. 들뜬 마음으로 들어섰던 그 문을 침울한 마음으로 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때 나의 아내는 맘속으로 그런 기도를 했단다. '하나님, 정말 죄송합니다. 주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말로만 하고 저 미국 크리스찬들처럼 사랑을 실천하지 못한 것 죄송합니다. 하나님, 제게도 기회를 주시면 감당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면 적절한 시기에 저희 가정에서도 하나님의 아이를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기 원합니다.“ 그리고 마음 속에 얼굴도 모르는 아이를 품어왔다고 한다. 아내는 틈만 나면 나에게 “내 뱃속에 아이가 있어도 얼굴을 모르기는 마찬가지가 아닌가요? 뱃속에 품든 마음에 품든 하나님께서 주시는 아이라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에게도 떳떳하게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는 아빠, 엄마가 정말 오랫동안 기도하며 기다린 아이라고, 정말 오랫동안 품은 아이라고...’라는 말을 했다.

  그러나 솔직히 나는 두려움이 많았다. 아내는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가장으로서 부담이 되었고, 내 피가 섞이지 않은 아이를 정말 사랑할 수 있을지 염려가 되었다. 아내가 아이들에게 입양 이야기를 할 때마다 아이들이 엄마가 낳은 아이면 더 좋겠다고 말하는 것을 지켜보며 나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곤 했었다.

  그 후 8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 설교준비를 하다가 하나님께서 감동을 주셨다. 고린도전서 강해를 하던 중, 사도 바울이 분쟁하는 고린도교인들 앞에서 떳떳하게 화해자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을 말씀하면서 화해자에게 필요한 세 가지 덕목을 찾게 되었다. 첫 번째는 예수님 때문에 당하는 고난이 있는가? 둘째는 옛날에 고생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세 번째는 이 세상에서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상황에 있더라도 그리스도를 위하여 누리지 않을 수 있는가? 라는 말씀들을 전하면서 사도바울 자신은 4장 11-13절에 ‘바로 이 시간까지 우리가 주리고 목마르며 헐벗고 매맞으며 정처가 없고 또 수고하여 친히 손으로 일을 하며 후욕을 당한즉 축복하고 핍박을 당한즉 참고 비방을 당한즉 권면하니 우리가 지금까지 세상의 더러운 것과 만물의 찌끼 같이 되었도다’라고 고백했다. 바울은 화해자가 되기 위해 예전의 사역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시간까지도 받고 있는 고난을 이야기 하면서 권면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부분을 설교하면서 과연 나는 지금 화해자가 되기 위해 복음을 위하여 고난당하는 부분이 무엇이고 덜 누리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 때 아내가 말했던 입양이 떠오르며 하나님께서 주시는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예배시간 설교하는 동안 입양이 내 마음을 떠나지 않았고, '지금 네가 더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음성이 들려왔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거룩한 부담이었다.

  그날 저녁 아내에게 결심한 얘기를 했다. 아내와 먼저 입양에 대해서 마음을 나누고, 온유, 용우 두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런데, 정말 뜻밖에도 아이들은 한 사람이라도 더 크리스찬 가정에서 입양해서 하나님을 알리고 사랑으로 돌봐서 전도하게 해야 되지 않겠냐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도와 줄테니 입양을 서둘러 하자고 말하는 것이다. 엄마가 인터넷 입양 사이트에서 보여준 동영상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고 했다. 온 가족의 마음이 합해진 것을 보며 하나님께서 일을 이루시려나보다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 다음 단계는 아이의 할아버지, 할머니께 말씀드리는 것이었다. 한국 정서상 부모님께서 좋아하시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되었다. 며칠 후, 부모님의 의견을 듣기 위해 나섰다. 함께 식사한 후 과일을 먹으며 둘러앉았는데, 온유가 “할아버지, 저... 우리 입양해도 돼요?”하고 말을 꺼냈다. 사뭇 긴장이 되었다. 그런데, 눈에 눈물이 고이도록 감사하게 “그래. 내가 조금만 더 젊었더라면 나도 했을거다.” 라고 말씀을 하시면서 한국 정서상 입양해서 아이를 키워 결혼까지 시키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누군가가 나서서 이 일을 해서 사회의 인식을 바꾸어야 하고 우리 믿는 사람들이 그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정말 하나님께서 모두의 마음을 모아 주셨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 크신 팔로 우리 온 가족을 보듬어 안아주시고 계신 것처럼 마음이 따뜻했다. 처가에서도 우리가 고생할까 봐 염려를 하시긴 해도 거부할 수 없는 하나님의 뜻인 것을 받아들여 주셨다.

  새벽 기도 시간, 가정 예배 시간마다 우리 가족이 될 아기 용원이를 위해 기도했다. 우리 품에 올 때까지 건강하게 지켜 주시고 우리 가족이 되어 행복하게 자라 이 세상을 밝히는 아들로 자라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입양을 망설일 때는 마음이 불편했었는데,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너무나 기뻤다. 아침 식사 할 때마다 용원이가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모두 빨리 용원이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에 ‘혹시 장애아이면 어쩌나, 입양아가 문제아가 많다는 말들을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아내와 대화하면서 우리가 낳은 아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결론을 지었다. 뱃속에 품었다 낳든, 마음에 품었다 낳든 우리가 낳은 아이니 용원이가 혹시 장애아이더라도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양육하자고...입양아가 문제아가 많다는 말들을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정보에 의한 것이라고...정상적으로 출산되어 자란 아이들 중에도 문제아라 불리는 아이들도 많은데, 입양아가 문제를 일으키면 더 크게 말하는 사회의 분위기를 바꿔나가야 한다고...혹시 우리 아이가 말을 안 들어도 우리 아이니 끝까지 책임지자고...
그 날 아침, 우리 부부는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니 그저 기대감만 남는 것을 체험했다.

  지난 2월 28일 11개월 된 건강한 모습의 용원이를 만났다. 만나는 순간부터 우리 아이라 느껴지고 너무나 반가웠다. 용원이 때문에 우리 가족은 요즘 너무나 행복하다. 용원이를 바라보며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더 듬뿍 느낄 수 있다. 용원이에게 본이 되겠다고 온유, 용우는 자기 생활을 더 충실히 하고, 용원이에게 웃으면서 사랑으로 잘 대해준다. 용원이는 2005년 부활주일을 앞두고 오는 종려주일에 유아세례를 받는다.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주신 선물 용원이가 앞으로 믿음 안에서 행복하게 자라며, 하나님께 귀히 쓰임받기를 소원한다. 그리고 용원이처럼 가정을 잃어버린 아이에게 가정을 선물로 주고, 그 선물을 나누는 기쁨으로 더 행복해지는 가정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행복에 겹다. 우리가 모르던 용원이를 사랑하기로 마음 먹고 아들로 받아들이고 행복해하는 것처럼, 하나님께서도 아무 상관없는 아니 하나님께 원수로 지내던 나를 부르셔서 사랑해 주시고, 그리고 나로 인하여 기뻐하실 거라는 생각을 하니 하나님께 더욱 감사드린다. 용원이 때문에 하나님의 사랑을 만분의 일이라도 깨닫게 해주신것 같아 더 감사드린다. 할렐루야 !!!

댓글목록

황수섭님의 댓글

황수섭 작성일

  사모님 방문 감사합니다. 좋은 글, 정보(극동방송 출연)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기를 바라며 곧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전미나님의 댓글

전미나 작성일

  벌써 저희 교회 홈페이지에 다녀 가셨네요. 감사합니다. 목사님 가정의 아름다운 삶 이야기들이 초보 입양 가정인 저희들에게 힘이 됩니다. 조만간 연락 드리겠습니다.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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