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사랑으로 감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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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3-12-03 10:47 조회2,5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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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년 겨울비가 내리는 11월의 어느 날 이화여자대학교 나눔 리더십 수업을 듣는 사랑으로 감싸조 학생 8명이 학생식당에서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한번 따라가 보자.
안녕하세요? 학생들 소개를 좀 해주실래요?
희주: 안녕하세요. 저희는 이화여자대학교 13학번 나눔 리더십 수업을 함께 듣는 학생들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눔 리더십이란 어떤 수업이죠?
주영: 나눔 리더십은 2013년 새로 시작된 이화여자대학교의 교양수업입니다.
가희: 요즘 학생들이 과도한 경쟁에 지쳐 가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잊어가고 있는데 이 수업을 통해서 진정한 리더가 무엇인지 함께 알아가고 소통하는 시간이에요.
경윤: 뿐만 아니라 여러 개의 조가 각자의 주제를 정해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답니다.
조 이름이 특이한데 사랑으로 감싸조, 어떤 의미이죠?
은정: 저희 사랑으로 감싸조는 대한민국의 입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모인 8명의 학생들이에요. 입양아들을 모두 사랑으로 감싸달라는 의미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여러분은 입양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혹시 나중에 입양을 하고 싶다거나?
나은: 저는 귀여운 여자아이를 입양하고 싶어요! 예쁘게 꾸며주고 하면서 사랑 많이 해주고 싶어요.
지민: 저도요. 아무래도 남자아이들은 조금 개구지기도 하고 좀 키우기 힘들 것 같아요.
실제로도 국내에서 남자아이들보다 여자아이들을 입양하는 비율이 3배 정도 높다는 통계자료가 있어요.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진선: 우와 3배 나요? 그건 좀 놀라운데요? 아까 지민이가 말한 대로 남자아이들이 키우기 힘들다는 생각 때문 아닐까요? 어른들 말씀 들어보면 사내아이들이 키우기 힘들다고 많이 그러시잖아요.
경윤: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아. 우리 오빠는 나보다 훨씬 얌전했다던데 (웃음) 남자아이들이 키우기 힘든 것보다도 한국에서의 특별한 이유가 또 있다고 생각해.
입양을 할 때 여아를 선호하는 것 뿐만아니라와 나이가 어린 아이를 선호하는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지는데 이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진선: 여아를 선호하는 것은 아마도 유교사상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요? 유교에서는 남자가 가문의 대를 잇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우리 집안의 ‘진짜’ 핏줄이 아닌 남자아이가 그 집안의 대를 잇는 걸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지민: 맞아. 그리고 여자아이는 남자 아이보다 기르는데 더 수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여자아이가 다루기 쉽기 때문에 여아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희주: 그래,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자아이는 얌전한 반면에 남자아이는 말썽을 많이 피운다고 생각하지.
그럼 영아를 선호하는 이유는요?
은정: 나이 어린 아이를 선호하는 건 아마 어릴 때부터 내 손으로 키우고 싶다는 마음에서 그러는 게 아닐까요?
가희: 그럴 수도 있겠다. 근데 나는 어린 아이를 선호하는 게 입양 사실을 알리지 않고 싶은 마음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래도 어릴 때 입양을 해서 입양 사실을 밝히지 않으면 아이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 모를 경우가 많으니까.
나은: 난 그렇게 입양 사실을 숨기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 자꾸 사람들이 입양 사실을 숨기니까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아이도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고, 그 부모들도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 아픈 일들이 생기는 거야.
경윤: 맞아. 입양 사실을 숨기니까 입양에 관련된 제도나 이런 게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더 효율적으로 고칠 수 가 없어.
주영: 입양제도의 부족한 부분이 개선될 수 있는 기회가 잘 생기지 않는다는 거지.
지민: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여아와 어린 아이를 선호하니까 입양이 되지 못한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 보내지면서 해외입양에 대한 문제점들도 만든다고 생각해.
희주: 이런 문제점들은 아이들의 인권과도 큰 연관이 있으니까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해.
진선: 정말 맞는 말이야. 그리고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건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남아나 어느 정도 성장한 아이들을 입양하는 것에 대한 편견이 개선된 후에야 입양관련 단체들의 홍보활동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테니까.
은정: 그렇지. 그리고 인식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여러 단체들에 대한 홍보도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 한국 입양 홍보회나 입양 홀트 아동 복지회 같은 단체에서 입양에 대한 인식 개선이나 입양아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여러 행사를 진행하는데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으니까.
경윤: 하긴 우리도 이번 활동을 하면서 여기저기 찾아보고 나서야 이렇게 많은 단체들이 입양에 대한 홍보활동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지민: 그럼 지금까지는 한국의 입양에 대해서만 이야기 했는데 해외에서의 입양 현황은 어때요? 다른 나라의 입양도 지금 우리나라처럼 여아와 어린아이에 편중되어 있나요?
주영: 해외 사례에 대해서는 내가 조금 조사를 해봤어. 여기에서 보면 서양 특히 미국에서도 차별적 입양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나와 있어. 근데 여아와 어린아이에 편중된 우리나라와는 달리 서양사회에서는 입양할 때 인종차별이 일어난다고 해. 백인가족에서는 백인을 입양하려고 해서 백인을 입양하려는 비율이 가장 높대.
나은 : 아 그래? 우리나라처럼 단일민족이 아니라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는 나라에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겠다.
희주 : 응 그러게. 만약 부모는 백인인데 아이는 흑인이면 주위 사람들이 시선도 그렇고 그 아이의 정체성 확립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야. 크면서 부모님과 나는 피부색이 다르고 생긴 것도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큰 상처를 받을 수 있겠어.
진선 : 그래서 미국에서는 그 아이의 올바른 정체성 확립을 위해 많은 입양 정책들이 수립되어가는 중이라고 들었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 주실래요?
진선 : 예를 들면 입양아가 자신의 뿌리에 대해 알고 올바른 정체성을 가지고 성장하는 것을 돕기 위해 친부모나 친족을 만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친부모에 대한 정보나 친족 문화를 직접 체험하게 하는 등 이러한 활동들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요.
지민 :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내가 한국에서의 입양 사례들을 조사할 때 어떤 입양잡지에서 입양된 사람들이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대처하는 것과 친부모와 자신을 키워준 양부모 사이의 관계를 적절히 조정해나가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인터뷰한 것을 본적 있어.
가희 : 그리고 단순히 남자에 비해 여자가, 나이 많은 아이보다는 나이 어린아이가 양육하기에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편견이라고 생각해. 만약 미국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움직임과 같이 입양아의 올바른 정체성 확립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여아 어린아이에 편중된 입양 형태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희주: 맞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 장 먼저 입양에 대한 부정적 인식부터 개선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 아직도 입양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거나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어.
나은: 그리고 여아 어린아이만을 입양하려는 사람들의 인식 개선과 더불어 마지막으로 앞서 본 미국에서의 예시와 같이 입양아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정말 건강한 입양 문화를 가진 한국이 되어있을 거야 !
경윤: 근데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아와 어린 아이 입양을 선호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혹시 남아 입양이나 연령이 높은 아이를 입양한 사례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어?
희주: 내가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 앙드레김 선생님의 <My Fantasy>라고 있는데 이 책에 앙드레김 선생님의 아들과의 일화가 적혀있어. 앙드레김 선생님이 남아를 입양해서 키운 건 알고 있지?
좀 더 자세히 말 해 주시겠어요?
희주: 앙드레 김 선생님께서는 1982년 당시 생후 8개월이던 아들 중도씨를 입양해 자신의 모든 정성과 사랑을 쏟아 키우셨다고 해요. 제가 선생님과 아들과의 관련 일화는 많지만, 그 중 제일 기억에 남았던 부분이 있는데 그걸 말씀 드릴게요. 앙드레 김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말귀를 알아들을 아주 어릴 무렵부터 ‘나는 너를 입양했다. 그러나 내가 낳은 것과 다름이 없다. 나는 너를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 고 항상 말해 주셨다고 해요.
진선: 보통 입양사실을 숨기는 대부분의 한국 입양 가정과는 다르네?
희주: 맞아.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그 이유에 대해서 ‘입양했다고 해서 부모 자식 간 사랑이 뭐가 다르겠느냐’고 하시고는 입양 사실을 감추는 것은 아이에게 더 큰 충격을 준다고 하셨어. 당당하게 말해 주고 동시에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잊지 않으면 된다면서 말이야. 오히려 선생님을 가장 괴롭혔던 순간은 말 못하는 어린 아들이 한밤 중 아플 때였다. 그것은 ‘입양’의 문제도 ‘돈’의 문제도 아닌, ‘생활’ 의 문제였다고 해.
가희: 보통 아이를 키우는 가정처럼 말이지? 입양을 한 가정이라고 해서 특별하거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네.
희주: 그리고 앙드레 김을 인터뷰한 기자가 본인은 딸을 키운다며 그 아기자기함과 섬세함이 놀랍다고 말하고 아들을 키우는 ‘맛’ 에 대해 질문하자 선생님께서는 ‘딸처럼 아기자기하고 애교스럽게 행동은 하지 않지만 아들에게선 그 깊이 있는 정신적인 세계가 즐겁고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하셨어. 바라만 보고 있어도 굉장히 감사하고 흐뭇해진다고 말이야.
경윤: 나의 아이가 딸이던 아들이던 상관없이 자식을 둔 모든 아버지들의 마음이 느껴져!
나은: 아, 나도 하나 생각났어! 지난 5월11일 입양의 날 때, 모 방송사에서 했던 뉴스를 본적이 있었는데 5명의 남자아이를 키우는 입양 가정에 대한 이야기였어. 보면서 인상 깊었던 이유가 입양된 5명의 아이들이 모두 연장아동이었다는 거지.
은정: 보통 돌이 지나면 아기에게도 자의식이 생겨 부모와 아이 모두 서로에게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서 대부분 더 나이 어린 아이들을 입양하는데 의외다.
나은: 그치?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연장아동의 입양을 꺼리고 있어. 그런데 이 아이들의 부모님께서는 ‘부모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가정 속에서 자라다보면 아이들이 아이들 본연의 순수한 모습으로 돌아가면서 마치 꽃이 피듯이 피어나요.’ 라면서 연장아동의 입양도 편견에 불과하다고 말씀하셔.
주영: 이런 사례들이 크게 이슈화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지금 가지고 있는 입양의식에 대해 개선이 되었으면 참 좋을 텐데...
경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예전보다는 입양에 관해 인식이 개선되고 있는 것 같으니깐 모두가 더 힘써서 더욱 더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가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어.
진선: 맞아. 그리고 우리가 하는 나눔 리더십 관련 활동이 한국의 입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여러분 모두 열성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입양에 대해서 많이 알리고 또 편견을 없애는 데 도움을 주길 바랄게요.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가족을 이루기도 하지만 만남을 통해 가족이 되기도 합니다. 생명을 지켜주고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해준 것도 사랑이지만, 그 생명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것도 사랑입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지만, 사랑은 그 피보다도 진한 것입니다.
‘Aimer et etre Aime! 사랑하고 사랑받고!’
입양은 가족이 되는,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여덟 명의 학생들이 수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활동이지만 이 글이 또 다른 하나의 작은 씨앗이 되어 한국 사회의 입양인식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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