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합창단의 7080가요 합창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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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수섭 작성일05-07-21 09:17 조회6,738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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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합창단의 7080가요 합창연주회
지난 19일(화) 저녁은 아주 감동적인 저녁이었다. 부산시립합창단이 중년들을 문화회관 중강당으로 가득 불러 모으고는 음악이 신분, 연령, 시공을 초월해서 사람들을 화동(和同)시켜 통일시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할 정도로 모든 청중을 친구로 만들고 향수와 낭만에 흠뻑 빠져들게 했다.
시립합창단이라 하면 흰색 셔츠, 검은색 정장과 정막이 주는 딱딱함이 있고, 공연장에 가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긴장 속에서 기쁨을 캐내어야 하기 때문에 범인들과는 거리감이 있다.
그런데 한여름의 더위를 몰아 낸 그날의 합창단은 청중을 카페로 초대한 듯한 분위기있는 무대를 만들었다. 단원들은 삼삼 오오 짝을 지어 앉고 또는 서고, 지휘자는 앉는 둥 마는 둥 의자에 걸터 앉아 한손을 가볍게 들어 신호를 보내면 무대 위에서는 옛노래가 나오고 파마머리 아줌마는 흰 교복 입은 여고생이 되고 간간히 돋보기를 꺼내 든 아저씨는 까까머리 청소년이 되었다. 때론 콧노래로 때론 목청껏 여고시절의 그 노래를 부르고 젊은 시절의 꿈과 낭만을 다시 만질 수 있었다.
합창단이 부른 노래는 웅장한 오페라 합창도 아니고 음악시간에 배웠던 수준 높은 가곡도 아니었다. 지휘자가 막을 올리면서 멘트한 것처럼 그냥 노래였다. 70, 80년대의 그 노래들.
그 노래에 빠져 버린 이들은 낀세대들이다. 건전가요니 유행가니 금지곡이니 하여 맘대로 노래도 부를 수 없었던 세대, 배고픈 청소년 시절과 땀을 흘려야만 생존할 수 있었던 젊은 시절을 지나면서 어엿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달려 왔지만 지금은 자리매김할 곳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처지가 된 중년들이다. 받들면서 긴 시간을 보내었지만 이제는 밀리고 있고, 정상을 향해 달려 왔지만 신기루를 좇아 온 듯 허탈해 하는 세대들이다.
성악을 전공한 시립합창단이 낀세대들의 그 노래를 불러 줬고, 음대 교수님의 바이올린 연주는 가슴 속 깊이 숨겨 뒀던 중년들의 그리움과 추억을 끄집어 내어 함께 노래하게 했다. 음악은 상처 난 마음에 대한 약이라더니 합창단의 연주는 모든 시름을 털어 버렸고 소년의 꿈과 여고생들의 사랑을 회복시켜줬다.
테너 독창과 남성합창, 바이올린 연주는 2,30년의 세월이 지난 가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렸지만 노래라는 것이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여서 그 시대 젊은이들의 희망과 고뇌와 철학(?)이 있는 노래를 가벼운 듯 다뤄서 아쉬움이 남고, 7080의 가요를 매개로 중년들을 격조높은 합창 예술의 세계로 끌어드리는 흡입력이 강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김강규님이 지휘하는 부산시립합창단에 매력을 느꼈다.
전국합창단에서는 처음으로 가요를 연주하면서 중년 시민들을 초대한 부산시립합창단의 과감한 시도에 박수를 보내며 부산시민의 긍지를 가진다.
댓글목록
김강규님의 댓글
김강규 작성일
목사님이신 줄도 모르고... 처음에는 목사님의 이름을 보고 저가 모르는 우리 교회 교인인가 해서 교회요람을 다 뒤적이기도 했습니다. 요즈음 고신재단의 여러가지 일로 목사님이 머리도 마음도 복잡하셨을 텐데 귀한 걸음도 해 주시고 또 좋은 조언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사님 덕에 내년 5월 가정의 달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이번 연주회를 준비하고 또 이런 결과를 얻고느 ... 조금은 역시 우리 부산은 서울과는 달리 이런 수준(?)이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 또 외국에서 오랜시간 공부하며 정성을 쏟은 것들보다 이러한 음악에어떤 특정한 층의 사람들은 즐거워할 수 있구나 라고 깨달았습니다. 물론 알고 있었던 사실일 수 있었겠지만 이번 연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는 거지요.
가무를 좋아하는 민족... 또 흥이 있는 민족.... 그래서 앞으로 연주회를 기획하고 준비하며 특정한 계층들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음악회를 더 많이 기획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시립합창단과.. 부민교회 할렐루야찬양대(^^)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또한 저의 음악으로 통해 많은 영혼들이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생각나시면 기도 부탁드립니다.
더운 날씨이지만 온 종일 샬롬... 샬롬... 샬롬....
부산시립합창단 수석지휘자 김강규 드림
추신. 목사님은 안동출신이시네요.. 원래 저는 경북 의성 태생입니다. 물론 어려서 어른들이 대구에 내려와서 대구에서 생활했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늘 경북 북쪽의 말씨는 저에게 친근감을 준답니다.
황수섭님의 댓글
황수섭 작성일
지휘자님
감사합니다.
제 홈을 찾아 주시고 흔적에,, 칭찬에,,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은혜를 듬뿍 주셔서 지휘자님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기쁨을 누리시고 부산시민이 즐거움을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다음 음악회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황수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