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특별한 모임 -행가연(2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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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수섭 작성일05-04-12 12:48 조회6,7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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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의 특별한 모임
황수섭
(목사, 호산나교회 입양담당, 고신의대 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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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eautifulkorea@hanmail.net
초등학교 3학년인 쌍둥이 아들 대한이 민국이는 내성적이다. 집안에서 그것도 엄마 주변에서 놀기를 좋아 한다. 그러나 별 문제는 없다. 집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 쌍둥이니 형제이며 친구이고, 그들의 관심과 취향이 똑 같기 때문이다. 때로는 다투지만 곧 화해하고, 만들기, 컴퓨터 게임, 그리기, 종이 접기, 태권도, 책읽기 등등을 좁은 방과 부엌, 거실을 오가면서 잘 논다. 그래서 쌍둥이 아들의 세계는 집, 학교, 교회가 대부분이다. 이 세계를 넘어 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엄마와의 외출, 아빠와의 낚시, 얼음썰매, 피자 등 특별한 미끼(?)가 아니고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입양가족 모임은 거부당하지 않는 외출이다. 입양가족모임에 가면 입양으로 맺어진 또 하나의 가족이자 6년지기 5년지기 3년지기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입양가족모임에 도착하면 일단 어색한 조우가 있다. 동생 주향이 은총이가 찝적거린다. 대한이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고대하던 만남이지만 하윤이는 눈길도 주지 않고 민국이도 무관심이다. 그러나 이내 판이 달라진다. 표정이 밝아지면서 엄마 주위에서 서서히 떨어진다.
입양가족 모임이 개회되면 부모들은 강의를 듣고 자원봉사자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별도의 장소에서 놀이를 하고 책을 읽어 준다. 입양아이들은 진지한 표정들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소란해 진다. 사나이들이 고분 고분할 턱이 없다. 자원봉사자들의 통제력이 서서히 약화된다. 대한이 민국이를 비롯한 아들들이 동시에 튀면 통제 불능이다. 소란한 그 여파는 부모들의 강의실로 미치게 된다. 진지하던 강의실이 산만해진다. 뛰고 잡으러 가고, 받힌 아이는 울고 또 다른 아이를 잡으러 뛰고...
어느새 땀이 온몸을 적시고 머리에서는 김이 무럭 무럭 난다. 식사도 터프하고 경쟁적이다. 한입 먹고 들썩, 주먹이 옆으로 날아 가면서 한모금, 과일 한 조각 입에 물고 엉덩이가 또 들썩인다.
입양가족 모임을 마치고 귀가하는 차안에서,
“아들들, 어땠어?” “재밌었어요” “근데 담 모임 또 언제해요?”
헤어지면서 다음 만남을 기대하는 아이들이다.
나는 몇 년전부터 특별한 버릇이 있다. 분위기 있는 곳, 아이들이 맘껏 뛰어 놀 수 있는 공간, 아이들에게 유익한 볼거리, 놀거리가 있으면 입양가족들을 생각한다.
일전에 학교 일로 대학생들과 시골 폐교에 세원진 청소년수련원을 다녀 왔다. 강변에 위치한 수련원 주변은 온통 잔디가 깔려 있었다. 운동장, 뒤뜰, 주변 마을까지도 잔디가 깔려 있었다. 마을 전체가 잔디 묘포장이다. 그곳에서 그린 그림은 입양아이들이 맘껏 뛰며 숨을 쉬고 입양부모들은 그늘에서 담소를 나누고 삶을 나누는 장면이었다.
내가 이렇게 살게 된 것은 7년 5개월 전 초등학교 5, 6학년이던 두 딸(아름, 다운)을 키우다가 13개월된 쌍둥이 아들(대한, 민국)을 입양한 이후이다. 입양한 이후 나에게 절실한 것이 성공적인 입양가정이 되는 것이었는데 두가지를 하고 싶었다. 첫째는 입양가족들을 만나서 경험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성공적인 입양가정을 만들어 가고 싶었고, 다음은 건강하고 행복한 입양 가정들을 들어 내어 입양에 대하여 부정적인 편견을 가진 사회를 바꾸는 것이었다.
입양가족들이 모여 입양의 행복을 만들어 가고 입양을 공개하여서 입양에 대한 편견을 허무는 것은 입양부모와 입양아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아직은 입양을 공개하는 그 자체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 사회에서도 입양가족이라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가족이 되어서 자유롭고 편안한 날이 올 것을 확신한다.
그 때가 되면 고아의 아버지이신 하나님, 우리를 입양하여 아바 아버지라고 부르게 하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입양으로 누리는 기쁨과 감사가 더 풍성해지리라.
[행복한가정연구소 2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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