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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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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05-02-15 14:30 조회5,9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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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입양


"여보, 입양 어때요? 방금 입양 관련 TV특집 방송을 봤는데 돌이 된 쌍둥이 남자 아이가 키워 줄 부모가 필요하다고 하네요."
"좋아요. 입양합시다. 우리 가족은 3대 3가족 되겠네요. 쌍둥이 남동생이 생기면 남녀 성비가 3대 3인 가족. 아빠는 좋겠다. 아들 생겨서. 아빠 빨리 데려 와요."
4년 10개월 전. 초등학교 6, 5학년인 두딸인 아름이 다운이와 함께 나름대로의 행복을 누리면서 살던 네 식구가 또 다른 행복으로 가는 길목에서 많은 대화를 했다. 3-4주 동안 갈등 속에서 망설이다가 우리는 입양가정이 되었다. 아들 쌍둥이의 이름을 대한, 민국이라고 짓고 출생신고를 하니 주민등록 등본에는 아름 다운 대한 민국이었다.

쌍둥이 아들을 입양한 우리 가정은 입양 사실을 공개했으나 사실 처음부터 의도된 바는 아니었다.
입양을 공개한 이유는 몇가지 있다.

먼저 입양의 행복과 기쁨을 나누고 싶어서였다.
돌이 갓 지난 아들 대한민국이 때문에 뒤바뀌어진 생활 리듬과 분주함 속에서 살게 되었지만 행복과 기쁨이 있었다. 입양 전에는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대로 아름다운대한민국이네가 누리는 기쁨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입양을 공개한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입양 부모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좋은 입양부모는 어떻게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입양한 쌍둥이 아들을 잘 양육할 수 있을까? 새로운 기쁨 속의 무거운 숙제였다. 숙제를 풀기 위해서 전국을 다니면서 입양부모를 만났다. 입양가정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경험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서였다. 만나는 입양가정은 자조그룹이 되어 갔다.

처음에는 우리 가정의 필요 때문에 입양을 공개하였지만 입양에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가정에서 양육되어야 할 고아(요보호 아동)에게 연민의 정이 생기고 입양에 대해서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사회를 변화시켜야 되겠다는 비전이 생기게 되어서 더 적극적으로 입양을 공개하고 입양 가족의 행복을 알리게 되었다.
입양을 전후해서 쓴 입양일기를 출판하고, 홈페이지를(http://ad.logos.co.kr) 개설하고 입양부모모임을 만들자 입양 희망자들의 상담이 늘었다.
서울에 사시는 목사님 가정은 아이가 없어서 고생했는데 신문의 기고문을 읽고 입양에 대해서 마음이 열리신다고 전화를 하시더니 얼마 후 아들을 입양했다.
한번은 어두운 표정의 한 아주머니가 찾아 왔다. 신문에 기고한 나의 글을 스크랩해 두었다가 찾아 온 것이지만 헤어 질 때의 밝아진 그 얼굴은 곧 아들을 안은 기쁨으로 계속 만나게 되었다.
결혼한 지 10년 15년 된 부부들이 자식을 얻기 위해서 별의 별 방법을 다 써 봤지만 절망의 깊이만 더해 갔다는 부부는 말이 부부였지 삭막한 가정들이었다. 쌍둥이 아들을 데리고 우리 가정과 그 분들을 만났는데 얼마 되지 않아서 "이런 예쁜 딸 낳을 자신 없어요." "생각만 바뀌면 이렇게 좋은 걸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그들은 표정이 달라졌고 삶의 질이 바뀌었다. 그들도 입양전도사(?)가 되었다.
어떤 분들은 결혼 초 입양계획이 있었지만 아이 낳아서 기르는 재미에 잃어 버렸던 입양의 꿈을 되찾고 입양하는 가정이 늘어 갔다.
교회에서 설교를 하면서 입양의 경험을 이야기하러 다니다가 부산 호산나교회의 최홍준 목사님을 뵙게 되었는데 입양인으로 성장하신 최목사님은 입양 홍보와 후원에 적극적이시고 입양가정 모임의 튼튼한 후원자가 되셨는데 2년 동안에 호산나교회에서만 입양가정이 9가정이 되었다.

우리 사회는 입양에 대해서 아주 폐쇄적이고 부정적이다. 해외 입양이 세계에서 1, 2위라는 소식을 들으면서, "이 나라의 부끄러움이다. 정부는 뭐하는 거야?"라고 화를 내지만 막상 그 문제를 자신이 해결해 보려고 하지 않으며, 입양 가정의 행복한 모습에 감동하기는 하지만 남의 일로 치부하고 만다. 심하게는 입양인은 곧 불량아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이도 있다. 왜 그럴까? 우리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입양가정이 비밀이기 때문에 입양가정의 행복은 드러나지 않았고 어쩌다 본 것이 불행한 입양가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한 입양의 모습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입양의 아름다움이 확산되어야 입양에 대한 그릇된 의식 또는 잘못된 고정관념이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입양 공개의 고통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둥 좋은 일 조용히 하면 안 되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직 말기도 알아 듣지 못하는 대한이 민국이에게 "여기는 너희 집 아니야. 너희 엄마는 다른 데 있어."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래도 내가 입양을 공개하는 것은 대한이 민국이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입양을 공개해서 입양에 대한 의식이 바뀌고 입양가정이 늘어나서 입양이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인 일이 될 때 입양아인 대한민국이를 비롯한 많은 이 땅의 입양인은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어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밀스럽게 입양인을 키워서 자기 가정만 행복을 누리려고 한다든지 입양부모가 입양인에 대한 부모로서의 정당성에 상처를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입양사실을 숨기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입양부모와 입양인의 신뢰감과 사랑이기 때문이다.

입양을 공개한 나의 가장 큰 꿈은 쌍둥이 아들 대한이 민국이가 자라서 그들을 낳은 생물학적인 부모를 만나고 싶어 할 때 두 녀석의 손을 잡고 함께 찾아 나서는 것이다. 혈연에 의한 부모와 자식이 부둥켜 안고 함께 울고 싶다. 이만큼 자랐으니 죄책감일랑 버리시라고 인사를 드리게 하고 아이 키우는 행복을 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싶다.

오늘도 3대 3 입양가정 - 아름다운대한민국이네를 만나서 입양한 가정을 만났으니 행복하다. 세사람이 살게 되었으니 이 또한 기쁨이지 않는가? 자녀가 필요한 아빠와 엄마, 키워 줄 부모가 필요한 입양아 이렇게 세사람이 한 가족이 되었으니 동시에 살게 된 셈이지 않는가.

입양 사실을 숨기려고 마음 고생하지 않고 입양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하면서 행복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사회, 입양하는 부모를 위한 입양 부다는 가정에서 자라야 할 입양아를 중심한 입양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면서 우리 부부와 여고 2, 1학년인 누나-아름, 다운이는 대한, 민국이가 교회 유치부에서 배운 찬양을 함께 부른다.

샘터\\씨 뿌리는 사람들2002/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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