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동 양육 수당과 입양의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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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06-08-01 12:51 조회6,5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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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동 양육 수당과 입양의 편견
(* 정부의 입양종합정책을 반대한다든지 양육 수당을 찬성하는 부모님을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정책을 보면서 좋은 입양부모가 되고자 하는 다짐입니다.)
지금으로 부터 만 8년 7개월전인 98년 1월 초에 13개월의 쌍둥이 아들을 입양한 후 예기치 못했던 행복만큼이나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아버지 역할의 좋은 모델이셨던 선친(先親)닮기를 노력했더니 자타가 공인하는 두딸의 모범적인 아빠(?)였었지만 입양부모의 모델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감도 없었을 뿐 더러 “어떤 역할을 해야 좋은 입양아빠가 될 수 있을까?”라는 걱정거리도 생겼었다.
나름대로 좋은 입양 아빠의 모습을 그리면서 가졌던 그림 중의 하나가 입양에 대한 편견을 허무는 역할이었다. 입양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는 한 입양 부모도 입양 아동도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는 행복할 수 있지만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부모는 입양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들 때문에 불편하고 아이들은 부정적인 편견 때문에 주눅이 들 것 같았다.
그러한 입양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입양 가족의 실상을 보여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었다. 편견을 허물기 위해서 나는 아동 복지의 문외한이지만 두서없는 글을 써서 투고도 하고 기자를 만나고 PD를 만났었다. 편견이 한치라도 낮아질 수 있다면 어떤 역할도 감당하리라고 각오했었다. 밤잠을 자지 못하고 주말과 휴일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취재원이 되고 싶었고 그렇게 살고 있다.
입양에 대한 편견의 핵심은 남의 아이를 데려와서 키운다는 생각이다.
나 역시 입양 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입양할 당시 어떤 여인이 아픈 가슴을 안고 입양원에 맡긴 쌍둥이 아들을 데려와서 봉사정신으로 키운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입양아의 양육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낳은 두딸과 같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아내에게 짐을 지우는 것 아닌가? 잘못 자라면 어쩌나? 등의 고민을 하였으며, 입양 수수료는 이해가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입양하던 날 기저귀며 속옷이며 포대기까지 준비해 갈 때는 화가 치밀었었다. 딸둘을 키우고 있는 내가 키워 줄 부모가 필요한 아이를 입양하는데 왜 이런 부담까지 져야 하느냐고 불평을 했었다. 그 불평의 원인은 남의 아이를 데려 와서 키운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고민과 불평은 오히려 부끄럽기도 한 과거사이다. 지금은 빚을 내어서라도 무엇이든지 해 주고 싶고 어떤 댓가를 지불해서라도 잘 기르고 싶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깨달은 중요한 사실은 입양하기 전에는 남의 아이를 데려다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입양하면 남의 아이가 아니라 내 아이를 키우는 것이라는 신비다.
정부의 국내입양활성화를 위한 종합 정책에 포함된 양육 수당 10만원에 대해서 동의가 잘 되지 않는 것은 입양한 쌍둥이 아들 대한이 민국이가 내 아들이기 때문이다. 빠듯한 월급으로 살아가는 여섯식구의 가계에 쌍둥이를 위한 양육 수당 20만원이 매달 지원된다면 도움이 될 거라는 고마운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썩 내키지 않는다. 내 아이를 내가 기르고 있는데 나라에서 제도적으로 양육 수당을 지원한다니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국내 입양활성화를 위해서 지원될 양육 수당의 문제는,
1. 10만원 지원으로 국내 입양 활성화라는 목적이 얼마나 달성되겠느냐는 것이다.
부진한 국내 입양은 인식의 문제이지 돈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입양 아동에 대한 중고등학교 입학금 수업료 면제, 의료비 혜택 등이 국내 입양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2. 10만원 지원이 편견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버려진(?) 불쌍한 아이, 남의 아이 데려다 키우는 마음씨 좋은 이웃 정도로 생각하는 현실인데 이제는 나라에서 10만원 지원받는 불쌍한 아이를 데려다가 복지의 혜택(?)을 누리는 가족이라는 편견을 더 가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염려이다.
출산 장려 정책으로 몇 년 뒤에는 모든 가정에게 양육 수당을 지원할 계획이라는데 그 몇 년 앞당겨 입양가정에 지원한다고 입양 가정이 얻게 되는 이득은 얼마나 되며, 국내 입양은 얼마나 활성화되겠냐는 비관적인 생각이 든다.
제안하고 싶은 것은,
1. 입양은 출산이 아닌 또 다른 방법으로 완전한 가족이 되는 것이니 비입양 가정과 똑 같은 혜택(?)을 지원해 주기를 바란다.
양육 수당도 비입양가정에게 지원할 때 지원해 주고, 비입양가정에 이미 시행되고 있는 출산 휴가처럼 입양 휴가를 공무원들에게 우선 시행하고 나서 점진적으로 시행할 것이 아니라 하루 빨리 시행되는 것이 더 우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입양가정 중에 어려운 가정이 있으면 입양가정이기 때문이 아니라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지원해 주면 돠는 것 아닌가. 아울러 바라는 것은 장애아를 양육하는 가정(입양가정이든 비입양가정이든)에는 지금 보다 몇배의 지원을 해 주면 좋겠다.
2. 국내입양활성화에 우선되어야 하는 정책은 입양에 대한 편견을 허무는 작업이다.
입양가정과 비입양가정과의 다름을 만들지 않는 것이 입양활성화의 최선책이라고 생각한다. 입양은 가족이 되는 또 다른 길임을 모든 국민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입양가족들은 입양을 통하여 완전한 가족을 구성하고 살고 있지만 생활 형편은 다양하다.
입양가정의 58%가 도시 근로자 월 평균 소득(4인 기준 340만원)에 못 미친다는 통계가 있다. 그 가정에게는 양육 수당이 도움이 될 것이지만 제도적인 국고 지원은 차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족 공동체이든지 교회 공동체이든지 친구, 이웃들의 자발적이고 따뜻한 도움(사랑의 빚)은 오히려 장려하여 더불어 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가족은 웃음과 눈물을 함께 나눌 때 의미가 있다. 자녀를 위해서 열심히 애쓰는 모습을 자녀가 고맙게 여기는 데서 행복이 시작하는 것이다.
mpak 설립자이신 최석춘 장로님의 입양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미국으로 입양되어 간 날, 가족들의 환영파티 식탁에는 한국에서 입양된 아들을 위하여 김치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양배추에 캐첩과 식초를 넣어 만든 것이었다. 입양된 아들을 배려한 양어머니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느끼면서 그 마음이 입양부모의 마음이라고 내 스스로 감동했었다. 만약 그 당시 미국 정부에서 한국 아이를 입양하는 모든 가정에 한국 김치를 지원했다면 양어머니의 특별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겠냐는 가정을 해 본다.
아이들이 요구하는 만큼 또는 부모가 생각하는 만큼 풍족하게 채워주지는 못하지만 편견없는 사회를 만들면서 아이를 배려하고 아이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며 열심히 사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억만금을 주는 것 보다 더 행복할 것 같아 네 자녀(아름 다운 대한 민국)와 함께 살아 가는 평범한 시민인 나는 더 열심히 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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