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공개입양 선도 고신의대 황수섭 목사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07-03-05 20:59 조회5,267회 댓글0건
관련링크
본문
10년째 공개입양 선도 고신의대 황수섭 목사
"가족은 피붙이 아닌 사랑의 공동체"
"당당히 입양사실 밝혀야" 쌍둥이 입양 후 모임 결성
우연이었다. 아니 필연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우연도 필연도 아닌 '의무'였다. 우리가 반드시 해야 될 일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의 '입양'에 대한 얘기였다.
부산 고신의대 교목인 황수섭(50) 목사는 최근 특별한 행사를 가졌다. 색색의 풍선으로 실내를 장식하고 아이들을 위해 온갖 선물을 준비했다. "공개 입양을 위한 행사였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입양했다고 소문내는 날이었죠."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분위기가 곧 무르익었다고 했다.
그는 '공개 입양'의 선두주자다. 지난 1988년 1월 아들 쌍둥이를 입양했고,그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컸을 때 입양아임을 알렸다. 사실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부모의 의무이고 사실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자식의 권리라고 그는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쌍둥이를 입양할 때만 해도 이미 초등 5,6학년생의 두 딸이 있었다. "쌍둥이가 운명처럼 다가왔죠.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다 그렇듯이…."
하지만 그도 처음에는 두려움을 가졌다. "쌍둥이를 정말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앞섰죠. 생활고 압박도 컸고…." 물론 두 딸에 대한 상대적인 피해의식(?)도 존재했다. 쌍둥이 때문에 두 딸에 대한 사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까 하는 우려였다.
"하지만 다 기우였어요." 우려했던 것들은 쌍둥이를 집으로 데려온 직후 곧바로 다 풀렸다. "아이들이 방긋 웃더라고…. 그때 깨달았죠. 남의 아이가 아니라 바로 내 자식이라고." 그는 남의 자식을 키운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제대로 맺어진다고 했다. 그때부터 "굶어도 같이 굶고 살아도 같이 산다"고 다짐했다. 진정한 '가족'의 성립이었다.
그는 이를 계기로 지난 1999년 '우리는 3대3 가족'이라는 책을 펴냈다. "입양이 주는 기쁨과 신비를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주고 싶었죠." 책 출판과 함께 입양에 대한 홍보활동도 본격화했다. 주변의 입양가족을 모아 '부산 입양가족 모임'을 결성했다.
"서로 정보를 나눠 잘 키워보자는 취지였죠." 함께 여행을 떠나고 서로가 가진 옷이나 책,물건을 나눠썼다. 하다보니 회원이 모였고 지금은 어느새 100여 가족을 웃돈다고 했다. "전체 회원이 다 모이기는 힘들지만 통상 매달 40~50여 가족이 참가하죠."
그는 대뜸 "가족이 뭐냐"고 물었다. "피붙이가 가족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사랑이죠. 사랑의 공동체가 바로 가족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입양 부모나 입양아들의 고통도 대부분 타인의 잘못된 시선 때문에 발생한다고 했다. "아무리 잘 키워도 남의 자식이라는 둥,근본도 모르는 아이라는 둥의 '색안경 낀' 시각이 가장 문제입니다."
그가 공개 입양을 서두른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주변의 불필요한 시선에 대해 '당차게' 막아서자는 의도가 있었다고 했다. "사실 뭐 숨길 이유도 없었죠. 오히려 자식에게 정직을 가르치고 싶어 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출생에 대해 비밀로 한다는 것이 옳은 행태는 아니잖습니까."
그는 예비 입양부모를 위해 한마디 조언을 덧붙였다. "아이라면 누구나 부모가 필요합니다. 누군가의 부모가 된다는 것은 핏줄에 대한 의무가 아니라 이 사회를 견인해야 할 모든 어른들의 의무죠." 그래,부모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백현충기자 choong@busanilbo.com
부산일보 / 입력시간: 2007. 03.05. 11:42
http://www.busanilbo.com/news2000/html/2007/0305/0B0020070305.1029114204.html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